환자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3)

이음하지외과 2024-07-08 17:17 조회수 아이콘 285



왼쪽 다리에 구불거리며 돌출된 혈관과 피부의 착색으로 내원하신 70대 남자 환자분이셨습니다.


타 의원에서 척추마취로 수술 권유를 받았으나 척추마취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분마취로 수술 하는 병원을 찾다가 

저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았던 혈관은 제 진단 혈관초음파 검사에서는 

비정상 혈관이 아닌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 보내는 정상 혈관이였습니다.

 

이 환자분은 수년전에 심부정맥에 피떡이라는 혈전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겼고 

이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심부정맥이 혈전으로 인해 막혀있어서

지방도로에 해당하는 대복재정맥이 보상기전으로 발달한 상태로 구불거리고 튀어나와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심부정맥 대신 열심히 일하느라 심장으로 피를 보내고 있는 대복재정맥을 하지정맥류로 오진하여 수술로 없애 버리면

이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만들어놓은  심장으로 올라가야 하는 혈액의 길이 사라지게 되어 

평생 다리 통증과 부종으로 고통속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셔야 했을 겁니다.


만약 이 환자분이 저와 인연이 되지 않고 수술을 받으셨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생각도 하기 싫고 끔찍하네요....


이 환자분에게 이 혈관들은 그동안 구불구불거리고 울퉁울퉁 튀어나와서 보기 싫은 혈관들이었지만 

앞으로는 평생 잘 간직해야 하는 아주 소중한 혈관들이 되어 줄 것입니다.

 

진료실을 나가시면서 저에게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처럼 혈관초음파검사를 할 때에는

첫 번째로 표재정맥의 역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심부정맥에 혈전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검사하는 것입니다.

 

수술하지 않고

혈관초음파검사만으로도 환자분의 소중한 다리를 살렸던 기억이 납니다.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혈관은 살려 다리의 제 기능을 찾아주자는 제 오랜 신념 덕분에 한 환자의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