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수술 환자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2)

이음하지외과 2024-07-08 16:23 조회수 아이콘 292


두 번째분은 80세 여자분이였습니다.

 

아이낳고 산후 조리라는 것도 없이 바로 밭일하던 그 시절부터 정맥류가 생겼지만 수술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50년 넘게 가까이 살아오시다 결국 80살이 넘어서야 통증으로 수술을 받게 되셨던 할머니 환자분 얘기입니다.

 

밤마다 쥐가 나고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색깔도 점점 검게 변하셔서 잠을 자기가 힘들다며 대학병원에 내원하셨으나

10년 넘은 고혈압과 당뇨, 그리고 80세라는 고령의 나이 때문에 척추마취가 불가하여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한 저에게 수술

의뢰가 들어와 이 환자분은 저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바지를 걷어올리시는데 양쪽 무릎에 붙여져 있던 파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종가집 장손인 집안의 수많은 제사를 지내셨던 제 할머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힘들지만 제사때마다 항상 맛있는 음식을 제일 먼저 챙겨주시던 할머니...제 할머니의 무릎에 항상 붙여져 있던 파스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순간 찡했습니다.

 

원장님 이젠 피부가 아파서 파스도 잘 못 붙이겠어요... 저 좀 꼭 수술 해주세요. 대학병원서 여기로 가라고 해서 원장님만 믿고 먼데서 여기까지 왔어요...”


얇고 주름진 피부엔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고 정맥류가 심해져 이미 정맥염으로 진행되어진 상태였습니다.

할머니의 다리에서 그 동안의 고통이, 인내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네 어머님. 제가 꼭 고쳐드릴게요...”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셨기에 수술 전 더욱 더 꼼꼼하게 혈액검사 및 컨디션 체크를 하였고 치료계획을 세웠습니다.

 

두가지를 염두 해 두었습니다

 

첫 번째는 최대한 수술 시간을 단축 해 드리자 였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 초음파로 정확한 역류 포인트를 체크하고 또 체크했습니다.


수술은 우측을 먼저 진행하였고 4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문제 혈관과 연결되어 있는 정상 정맥들과 분리를 잘해야만 출혈이 나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좌측은 일주일 후 진행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고령의 나이와 당뇨로 수술 상처 회복이 느릴 것을 감안하여

피부 절개 없는 수술을 해 드리자 였습니다.


이미 수술전부터 정맥염으로 인한 피부염까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이 약해진 피부를 더 건강하게 빨리 회복해드려서 통증을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정맥류 수술에 성형 기술을 접목 시켜 오랜 연구 끝에 세상에 나온

DH포인트미세수술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2주후 외래 초음파 검사하러 오시던 날.

양손 가득 들고오신 삶은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이제는 필요없다며 환자들 주라며 내미셨던 새 파스들...

20년은 다리가 젋어졌다며 본인 다리가 아닌거같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조금만 더 일찍 저와 인연이 되셨다면 훨씬 더 편한 세상을 그간 누리셨을텐데..


의사로서 보람되면서도 안타까움이 컸던 환자분이셨기에 지금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