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수술 환자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2)
이음하지외과
2024-07-08
1439
Before
After
두 번째 환자분은 80세 여성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도 없이 바로 밭일을 하던 시절부터 정맥류가 시작되었지만,
수술을 고려할 여유조차 없었던 50여 년을 살아오셨습니다.
결국 80세가 넘어서야, 밤마다 쥐가 나고 통증이 심하며,
다리색도 점점 검게 변해
잠조차 잘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대학병원을 찾으셨습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된 고혈압과 당뇨, 그리고 고령으로 인해
척추마취가 불가했습니다.
국소마취로 안전하게 수술이 가능한 저에게 수술 의뢰가 들어왔고,
이렇게 저와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시던 환자분의 무릎에는,
양쪽에 오래 붙어있던 파스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종가집 장손으로 수많은 제사를 지내며
늘 가족을 챙기던 제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순간 찡했습니다.
환자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이제 피부가 아파서 파스도 잘 못 붙이겠어요…
여기까지 온 만큼 원장님만 믿고 수술 받고 싶어요.”
얇고 주름진 피부에는 곳곳 상처가 있었고,
정맥류는 이미 정맥염까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그동안의 고통과 인내가 환자분의 다리에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약속했습니다.
“네, 어머님. 제가 꼭 고쳐드릴게요.”
고령과 만성질환을 고려하여
수술 전 혈액검사와 컨디션 체크를 꼼꼼히 진행했습니다.
치료계획은 두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세웠습니다.
1. 최대한 수술 시간을 단축
수술 전 초음파로 정확한 역류 포인트와 연결된 정상 정맥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2. 피부 절개 없는 수술로 회복 촉진
이미 정맥염으로 피부가 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상처 없이 건강하게 회복하도록
DH포인트 미세수술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수술 후 2주차 외래에서 환자분은 양손 가득 삶은 고구마와 감자,
필요 없는 새 파스를 나누며 행복해하셨습니다.
“20년은 다리가 젊어졌다. 제 다리가 아닌 것 같다”
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저와 인연이 닿았더라면, 훨씬 더 편안한 세상을 누리셨을텐데…
의사로서 보람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던 환자분이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문득 생각나며,
하지정맥류 치료의 중요성과 환자분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명감을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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